대법원의 판결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'파기환송'은 법률 용어지만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. 파기(破棄)는 '깨뜨린다'는 의미이고, 환송(還送)은 '돌려보낸다'는 뜻입니다. 즉,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에 법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의미합니다.
파기환송의 발생 사유
파기환송은 하급심이 법적 해석 오류나 절차상 누락 등의 실수를 범했을 때 이루어집니다. 또한 시대적 변화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으로 판례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. 가령, 형사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무시한 경우처럼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항소심에서도 파기환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.

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
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해당 사건을 환송받은 하급심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(기속력)을 가집니다. 법원조직법 제8조에 따르면 "상급법원 재판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"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. 다만 환송 후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존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면 기속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.

파기환송 이후의 절차
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되면 사건 기록 일체는 직전 하급심으로 내려가 재판 일정이 다시 진행됩니다. 이렇게 파기환송된 재판을 '파기환송심' 또는 줄여서 '환송심'이라고 합니다. 환송 후 항소심의 소송절차는 환송 전 항소심의 속행으로,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사실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소의 변경이나 청구의 확장 등 해당 심급에서 허용되는 모든 소송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.
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 파기환송은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. 이를 통해 법원은 법률 해석의 통일성을 유지하고, 사법부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합니다.
